‘76m 개선문’ 반발에…꼼수 꺼낸 트럼프 “군사적 용도 다목적 시설”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워싱턴 D C 내셔널 몰에서 열린 그레이트 아메리칸 스테이트 페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개선문 모형이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D C 인근에 건설을 추진 중인 76m 높이 개선문을 군사시설 겸용으로 짓겠다고 밝혔다. 미 참전용사들이 주변 경관 훼손을 이유로 건립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국가안보를 내세워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군의 강력한 요청과 국가안보상 목적에 따라 웅장한 개선문을 최첨단 군사시설과 결합한 형태로 전환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개선문 꼭대기와 광장에는 저격수를 배치하고, 다수의 드론을 신속하게 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한다. 저격수용 탄약을 보관하는 공간도 설치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이런 시설은 없을 것”이라며 “세계 59개 주요 도시 가운데 워싱턴D C는 개선문이 없는 유일한 곳이지만 이제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개선문이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선문에 군사적 용도를 추가한 것은 건립을 둘러싼 법적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국가안보 목적의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해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백악관에 건설 중인 대형 연회장에도 군사적 용도를 추가한 바 있다.
개선문 건립 예정지는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로, 인근에는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이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최근 개선문이 항공기 운항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대의 상징성과 경관 훼손을 둘러싼 논란은 남아 있다.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는 미국의 국가적 통합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남북전쟁 당시 북부 연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역사적 연관성이 있는 장소에 기념시설과 묘지가 들어서면서 화해의 의미를 담았다. 미 참전용사들은 이 같은 역사적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며 개선문 건립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높이 250피트(약 76m)의 개선문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D C는 도시 경관 보호를 위해 대체로 130피트(약 40m) 수준의 고도 제한을 적용하고 있어 개선문은 일반적인 제한 높이를 크게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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