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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카이스트 지구관측위성이 나로도 대신 뉴질랜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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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하면 목축과 낙농, 관광으로 익숙하지만 세계 3위의 로켓 발사국이다. 2026년 1월3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주도해 개발한 지구관측위성 네온샛-1A호가 남태평양 뉴질랜드 북섬 동해안의 마히아반도에서 발사되고 있다. 로켓랩 누리집
뉴질랜드 하면 목축과 낙농, 관광으로 익숙하지만 세계 3위의 로켓 발사국이다. 2026년 1월3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주도해 개발한 지구관측위성 네온샛-1A호가 남태평양 뉴질랜드 북섬 동해안의 마히아반도에서 발사되고 있다. 로켓랩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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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3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주도해 개발한 지구관측위성 네온샛(NEONSAT)-1A호가 우주로 향했다. 발사 장소는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가 아니었다. 남태평양 뉴질랜드 북섬 동해안의 마히아반도였다. 위성을 쏘아 올린 것은 뉴질랜드 출신 기업가 피터 벡이 세운 로켓랩(Rocket Lab)의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Electron)이었다. 2024년 4월에도 같은 프로그램의 첫 위성 네온샛 1호가 이곳에서 발사됐다. 한국이 만든 위성이 두 차례 뉴질랜드 땅에서 우주로 향한 셈이다.

목축과 낙농, 관광으로 더 익숙한 뉴질랜드는 이제 세계 주요 로켓 발사국 가운데 하나가 됐다. 뉴질랜드 정부는 자국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활발하게 궤도 로켓을 발사하는 나라로 소개한다. 2026년 9월3일에는 일렉트론의 누적 94번째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우주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유럽우주국(ESA), 한국 카이스트와 각국의 민간 위성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2026년 6월 스페이스엑스(SpaceX)가 기록적인 기업공개를 단행해 약 750억달러를 조달하고 공모가 기준 약 1조77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록하면서 전세계 자본시장의 관심이 우주산업으로 쏠렸다. 하지만 로켓랩은 그보다 5년 앞선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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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신 공장으로 간 로켓맨

뉴질랜드 기업혁신고용부(MBIE)가 2025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3~2024회계연도 뉴질랜드 우주산업의 매출은 약 26억8천만뉴질랜드달러(약 2조1천억원)로, 2019년 17억5천만뉴질랜드달러보다 53% 성장했다. 직간접적으로 국내 경제에 기여한 부가가치는 약 24억7천만뉴질랜드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0.58%에 해당한다. 직접고용은 약 7천 명, 연관 효과까지 포함하면 약 1만7천 명의 일자리를 뒷받침한다.

이 산업의 출발점에는 한 사람의 오랜 도전이 있었다. 피터 벡은 뉴질랜드 남섬 최남단, 인구 5만여 명의 인버카길에서 자랐다. 박물관장을 지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한 그는 어려서부터 기계와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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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경력은 전형적인 항공우주 엔지니어와 달랐다. 17살에 학교를 떠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993년 더니든 인근 모스길의 가전업체 피셔앤드페이클(Fisher & Paykel)에서 정밀공구 제작 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2003년에는 국책연구기관 ‘인더스트리얼 리서치 리미티드’(IRL)에서 복합소재와 첨단기술 분야의 실무 경험을 쌓았고, 2006년 오클랜드에서 로켓랩을 창업했다. 2024년에는 항공우주산업과 비즈니스, 교육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KNZM)까지 받았다.

벡의 강점은 로켓을 만드는 기술에만 있지 않았다. 스페이스엑스가 대형 발사체로 상업 발사 시장을 넓혀가던 때, 벡은 정면 경쟁 대신 빠르게 성장하던 소형위성 전용 발사 시장을 선택했다. 일렉트론은 높이 18m로, 저궤도에 약 300㎏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소형 로켓이다. 대형 로켓이 필요하지 않은 고객에게 원하는 시점과 궤도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발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형위성 시장의 변화와 뉴질랜드의 발사 환경을 연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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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지리적 여건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주요 시장과의 거리는 제조업과 수출에서 물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로켓 발사에서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마히아반도 동쪽에는 광활한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주변 인구와 항공교통 밀도도 낮다. 다양한 궤도로 로켓을 발사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로켓랩의 마히아 발사장은 연간 최대 120차례의 발사 기회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자체 발사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발사체 사업자와 시설 사용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적고, 고객 수요에 맞춰 발사 일정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주요 시장과의 지리적 거리가 우주산업에서는 오히려 희소한 자산으로 바뀐 셈이다.

좋은 발사장과 경쟁력 있는 기업만으로 산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로켓랩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업의 도전에 정부가 제도적으로 대응한 과정이다. 뉴질랜드는 민간기업의 상업 발사 계획이 먼저 구체화되자 정부가 이에 필요한 정책과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16년 우주청을 설치하고 미국과 기술보호협정을 체결했으며, 2017년 ‘외기권 및 고고도 활동법’(Outer Space and High-altitude Activities Act)을 제정해 발사체·발사시설·탑재물의 허가 체계를 구축했다. 당시 뉴질랜드 내각 문서를 보면 로켓랩의 상업 발사 사업이 우주 정책과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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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로켓랩

로켓랩의 성장 과정은 뉴질랜드에서 시작한 기술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로켓랩은 2013년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사업을 넓혔고, 2021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후 우주시스템과 위성 관련 사업까지 확대했고, 2026년에는 위성통신기업 이리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로켓랩이 소형 발사체 기업에서 발사, 위성 제작, 우주시스템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는 점이다.

로켓랩의 마히아 발사장은 동쪽으로 광활한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주변 인구와 항공교통 밀도도 낮아 다양한 궤도로 로켓을 발사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로켓랩 누리집
로켓랩의 마히아 발사장은 동쪽으로 광활한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주변 인구와 항공교통 밀도도 낮아 다양한 궤도로 로켓을 발사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로켓랩 누리집

그렇다고 뉴질랜드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필자가 두 차례 방문한 오클랜드의 로켓랩 연구개발·생산단지에서는 일렉트론의 복합소재 탱크와 페어링(탑재물 보호 덮개), 고전압 배터리, 전기 하니스(로켓 내부의 전선 묶음), 킥스테이지(최종 궤도 투입용 소형 추진체)를 생산하고 최종 발사체 통합까지 수행한다. 회사의 사업보고서에도 오클랜드 생산단지는 일렉트론의 주 생산시설로 명시돼 있다.

마히아 발사장도 핵심 자산이다. 최근에는 오클랜드의 정밀부품 업체를 인수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위성 운영 관제센터도 새로 열었다. 로켓랩은 이제 글로벌 기업이지만 뉴질랜드는 여전히 핵심 생산·발사 거점 구실을 하고 있다.

로켓랩을 계기로 형성된 생태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주요 거점을 둔 ‘돈 에어로스페이스’(Dawn Aerospace) 등 새로운 우주·항공 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정부는 우주와 첨단 항공 산업의 규모를 2030년까지 두 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엔지니어링 경험과 제도적 역량이 다른 기업의 성장 기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뉴질랜드 우주산업의 시작은 정부가 세운 거대한 우주센터가 아니었다. 인버카길에서 자란 한 젊은 엔지니어의 도전이 먼저 있었고, 정부는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필요한 법과 제도를 신속히 보완했다. 마히아의 발사 환경과 기술 인력, 제도적 기반과 국제 협력이 더해지면서 뉴질랜드는 불과 10여 년 만에 세계 주요 궤도 로켓 발사국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것은 하늘로 쏘아 올린 로켓만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을 때 그 특성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의 도전이 산업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조성한 것도 뉴질랜드 우주산업 성장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이제 이런 성장은 한국과 뉴질랜드 사이의 새로운 협력 기회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개발한 네온샛이 뉴질랜드 마히아에서 두 차례 우주로 향한 것은 양국의 역량이 실제 사업을 통해 연결된 사례다. 한국은 위성·전자·소재·정밀제조 등 폭넓은 산업 기반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뉴질랜드는 상업 발사와 우주시스템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험과 생태계를 축적하고 있다. 서로 다른 강점을 연결한다면 위성 발사를 넘어 부품·장비 공급, 공동 연구와 기술 등으로 협력의 폭을 넓힐 여지가 있다.

한-뉴질랜드, 우주산업 협력 기회

필자가 속한 오클랜드무역관도 이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로켓랩을 비롯한 뉴질랜드 우주기업과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로켓랩의 공급망과 현지 우주산업 생태계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주산업은 발사체만으로 이뤄지는 산업이 아니다. 소재와 정밀부품, 전자·통신, 소프트웨어와 각종 장비까지 폭넓은 공급망이 연결된 만큼 국내 기업에도 새로운 협력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낙농국으로 더 익숙했던 뉴질랜드가 세계 주요 로켓 발사국으로 성장한 과정은 작은 나라가 자국의 강점을 어떻게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이 과정에서 형성된 뉴질랜드의 우주산업 생태계와 한국의 제조·기술 역량을 연결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다. 뉴질랜드의 진짜 경쟁력은 어쩌면 로켓 자체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산업으로 연결해온 속도와 방향에 있었는지 모른다. 앞으로 그 속도와 방향에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올라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은범 KOTRA 오클랜드무역관장 freeman@kotra.or.kr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6개국에 132개의 국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국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국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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