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erusalem PostSecurity bolstered around Deputy Minister Almog Cohen after credible death threatsCollider24 Years Later, 'Firefly' Still Has the Greatest Sci-Fi Quote in TV HistoryZDF heuteAktuelle Pressemitteilungen des ZDFRMF24Bohaterowie z Krakowa: Jakub Kulik i Artur Morański. „Cała Polska trzyma za Was kciuki”الشرق"بحر الصداقة".. انطلاق تدريب بحري مشترك بين مصر وتركيا في الإسكندريةTechCrunchAfter the midterms, things are looking rocky for Elon Musk and data centersRai NewsTrump ordina indagini sui democratici "che minacciano molte persone"BBC SportLiverpool considering Verbruggen move - Sunday's gossipESPN DeportesLando Norris y una pole contra 'viento y marea' en BrasilComplete Sports‘You Made History – Ajibade Hails Flamingos After World Title TriumphABC News (Australia)Council wants government to reject 'ugly, out-of-date' town centre planInteriaKim jest sprawca ataku w Krakowie? Nowe ustalenia ws. Michała O.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Saturday, November 7, 2026

‘왜 안 돼?’ 아닌 ‘이래서 안 되는구나’ 알아차리는 사람 [.txt]

Translate
언어 재활사 김경진씨가 의사소통 능력을 촉진하는 놀이 교구를 열어 보이고 있다. 한은형 작가 제공
언어 재활사 김경진씨가 의사소통 능력을 촉진하는 놀이 교구를 열어 보이고 있다. 한은형 작가 제공

광고

그런데 언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세상과 나 사이에 아주 거대한 산이 가로막는 느낌일 것이다. 세상은 그것을 ‘언어장애’라는 무거운 말로 부른다. 이 언어장애를 치료하는 사람을 ‘언어 재활사’라고 부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어 치료사’라고 불렀다. 이 인터뷰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언어 치료사’인 줄 알았을 것이다.

광고

김경진씨는 언어 재활사로 일한 지 어언 20년이 훨씬 넘었다. 서울과 수원, 부천, 안산 등의 센터에서 일하다 현재 산본의 센터를 개원한 지 8년째. 다른 세명의 선생님과 센터를 공동 운영하며 언어 재활 수업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이어서 공부했다. 원래는 놀이 치료 전공으로 대학원에 갔다가 곧바로 그만두고 다시 언어 치료를 배우는 대학원에 입학했다.

“놀이 치료를 그만두고 언어 치료를 전공으로 삼은 이유가 뭔가요?”

이제 ‘언어 치료’가 아닌 ‘언어 재활’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일단 이렇게 물었다.

“놀이 치료는 일종의 심리 치료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변화를 다룬다는 점이 저에게는 모호하다고 느껴졌고, 치료 효과를 판단하는 것도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어 재활 대학원에서는 해볼 만할 것 같았나요?”

“‘아’를 못하던 아이가 ‘아’를 하게 되고, 단어, 문장을 말하게 되는 과정을 배우잖아요. 저는 이 일의 정확함과 그로부터 오는 성취감이 좋았어요.”

그는 상상력보다는 정확함의 편인 사람으로 보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그와 완전히 반대다. 나는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는데, 국문학 시간과 달리 국어학 시간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치경구개 파찰음, 설측 치경구개 탄음 같은 단어들은 생경했고, 혀뿌리와 입천장의 구조를 공부하면서 소리의 발성 원리를 배우는 일은 무척이나 지루했다. 그래서 집중할 수 없었다. 김씨는 내가 이해할 수 없던 그 세계로부터 강한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내가 언어 재활사라는 직업인을 인터뷰하기로 한 것은 외면했던 그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기 위한 애씀이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언어 소통이 가능하지 않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돕는 사람의 세계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김경진씨 방에는 언어를 촉진하는 도구로 쓰는 장난감이 가득했다. 한은형 작가 제공
김경진씨 방에는 언어를 촉진하는 도구로 쓰는 장난감이 가득했다. 한은형 작가 제공

“대학교에서 ‘심리학의 이해’와 ‘아동발달 이론’을 들으면서 심장이 떨렸어요. 학문이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구나 싶었고요. 대학원에서는 ‘언어발달장애’ 과목을 배울 때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편인 그의 얼굴은 이 말을 할 때 잠시 상기되었다. ‘심장이 떨렸다’고 말했을 때 정말로 그 약동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언어 치료, 이제는 언어 재활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너무 어려운 개념처럼 느껴집니다. ‘언어를 치료한다’라는 말은 너무 모호하고 광범위해서요. 언어 치료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저 같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면요?”

“말과 언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도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발성이 안 되는 부분을 치료하는 건가요?”

나는 늘 제대로 이해할 수 없던 ‘언어 치료’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물었다. 그리고 ‘언어 치료’라는 걸 받으면 모두 ‘치료’가 가능한 것인지도.

“그렇지는 않아요. 발성뿐만 아니라 발음, 언어 이해와 표현, 음성, 사회적 의사소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 현재보다 더 나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자주 만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나 지적장애 아동들은 ‘완치’를 목표로 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때는 자기 생각과 요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김경진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내담자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내내 곤란을 겪었다. 내담자? 아이? 대상자? 환자? 왜냐하면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을 환자라고 부르는 게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언어 치료라는 학문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쓰고 있는 개념어들은 상당수 영어를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더 낯섦이 생겨나는 것 같다. 언어 치료사는 랭귀지 세러피스트(Language Therapist)를, 언어 재활사는 스피치-랭귀지 퍼솔로지스트(Speech-language pathologist)를 옮긴 것이다. 질병의 경우에는 처치(Treatment)라고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회복(Therapy)에 초점을 둔다. 요즘에는 ‘회복’마저 적확하지 않다고 생각해 ‘재활’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언어를 촉진하는 도구로 쓰는 장난감들. 한은형 작가 제공
언어를 촉진하는 도구로 쓰는 장난감들. 한은형 작가 제공

“발달 센터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자폐 스펙트럼이 있거나 지적장애 등 발달장애 아이들이다. 그리고 조음 문제가 있어서 잘못된 발음을 하는 경우도 온다. 이 경우에는 성인도 있다. 그리고 청각 장애가 있는 사례도 있다. 김씨와 이야기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는데, 듣지 못하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듣지 못하면 말하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렵다. 일반적인 경우에 그렇다. 이럴 경우는 청능 훈련이라는 것을 한다. 최근에 보편화된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서 청능 훈련을 하고 언어 재활을 하면 예후가 더 좋다.

말이 느려서 오는 영유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이 느리다는 게 아동발달학에서 어떤 건지 물었다.

“첫돌 무렵에 첫 단어가 나타나고, 18개월쯤 의미 있는 단어 수가 점차 늘어나다가 18~24개월에 언어 폭발기가 옵니다. 24개월쯤부터는 두 단어를 연결해 자신의 요구와 생각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18개월만 되어도 초조함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말귀를 잘 알아듣고, 놀이 기능이 좋고, 사회적 의사소통이 많은 경우는 예후가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창하게 언어 소통을 하다가 갑자기 언어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 대해서도 물었다. 장강명의 ‘서성이다’에서 읽은, 뇌에 종양이 생겨 언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말을 하려고는 하는데 단어를 찾지 못하거나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것 등이 운동성 실어증의 증상”이라며 언어장애가 생기면 아기가 새로 말을 배우는 것과 같다는 문장을 읽었던 것이다.

“언어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는 어떻게 재활할 수 있나요?”

“뇌졸중이나 뇌 손상으로 갑자기 말하기나 언어 이해가 어려워진 경우에는 주로 병원에서 신경 언어 재활을 받으며 손상된 언어 기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발달 센터에서는 사례를 잘 볼 수가 없어요.”

김경진씨는 2004년에 언어 치료를 전공하는 대학원에 입학해 2005년 가을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관찰 30시간, 실습 60시간을 채워야 언어 치료사로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05년 석사 과정을 수료한 뒤 1년 반 지나 석사 논문을 썼다. 그사이 하루에 두세 타임 정도로 일주일에 이틀을 일하다가 대학원 졸업 후 수업 시간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때가 가장 어려웠다. 아동의 보호자들이 그에게 별다른 기대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건 상당히 맥이 빠지는 일이었다. 언어 치료사는 아동뿐만 아니라 아동의 보호자와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일이다. 40분을 수업하고 10분을 상담하는데, 이때 상담하는 사람이 아동의 보호자다.

초보 치료사라는 꼬리표가 떼질 무렵부터 조금씩 달라졌고, 특히 아이를 낳고 양육을 하면서부터는 많은 부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호자와 이야기를 하는 게 훨씬 편했고, 보호자들도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라포르’(Rapport)가 형성된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 신뢰와 공감, 심리적 유대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인 라포르는 언제부턴가 일상어가 된 느낌이다. 상호 신뢰와 유대감을 갖기가 너무 어려워 역설적으로 이 단어가 많이 쓰인다고 생각한다.

그는 라포르를 형성하는 게 센터에 온 아동과의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대방에게 여기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게 이 일에서 필수적이라고 말하면서. 현재 그는 25명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어린 아이는 35개월, 가장 연장자는 고2. 일주일에 30~35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고 있다. 하루에 여섯에서 일곱 타임을 하는 것인데,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 보통 1시부터 7시까지 연속적으로 한다. 6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집중하고 긴장해야 해서인지 항상 몸이 굳어 있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들 컨디션에 따라 변수가 언제라도 생길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아이가 재활사를 때릴 때도 있다. 그런 ‘도전 행동’에 노련하게 대처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이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 있다. 언어란 자연스러운 사람에게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그는 그 자연스러움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상당히 상상력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이게 왜 안 돼?’가 아니라 ‘이게 이래서 안 될 수가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사람.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에 대해 물었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매 순간, 아동 한명 한명에게, 온 신경을 쏟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매일 같은 방에 앉아서 7명의 대상자와 7명의 보호자를 만나는 일, 그 14명에게 온전히 신경을 집중하는 일, 그들의 언어를 관찰하고 교정하는 일, 이건 매일 또 하나의 산을 넘는 일일 것이다. 나는 그 일이 얼마나 난해하고 난감할지 짐작할 수 없었다. 감히 그 곤란함에 대해 상상할 수가 없다.

내 앞에 그가 하루 종일 앉아 일하는 초등학생용 책상이 보였다. 나는 그 책상 앞에 앉아 인터뷰했다. 내담자가 앉는 초등학생용 의자에 앉아서 말이다. 그는 수업을 하는 것처럼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이야기했다. 이 작고 낮은 책상에 앉아 그는 매일 일한다. 어린아이, 그것도 언어가 불편한 아이의 키 높이와 눈높이에 맞춰 매일 작아지고 낮아지는 일이다. 어린아이에게 맞기도 하면서 말이다. 어린아이에게 눈을 맞추는 일을 하는 사람의 어깨는 굽을 수밖에 없었다.

한은형 작가
한은형 작가

한은형 작가

한은형 l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해 장편소설 ‘거짓말’ ‘레이디 맥도날드’와 경장편소설 ‘서핑하는 정신’,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산문집 ‘밤은 부드러워, 마셔’ 등을 썼다.

View the original on 한겨레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