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는 사람들]⑤ 울고 또 운 11년…그를 일으켜 세운 손길들
[끊는 사람들]은 기자가 오랜 기간 지켜봐 온 마약류 중독 당사자들이 약물을 끊으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연재입니다.
중독 당사자의 회복은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약물 중독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란 너무도 어렵습니다. 도움을 받으면 끊을 수 있지만 여전히 지원이 부족합니다. 중독 당사자들이 공적 도움을 받으려면 여론이 있어야 합니다. ‘왜 약쟁이에게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힐난이 아니라, 이들을 돕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큰 어려움에 빠진다는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끊는 사람들] 연재를 보시는 분들을 감히 설득하고자 합니다.
중독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처방약에 의한 중독 문제, 열악한 교정 시스템의 문제, 중독의 사회적 요인, 여성 중독 당사자들의 막막한 현실을 전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 회복 시스템의 문제를 말합니다. 연재를 보시는 분들이 중독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④편에서 이어짐)
[지난 이야기] 여진을 처음 본 사람은 중독 문제를 겪는 딸을 둔 엄마라는 것을 절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여진은 자신을 돌보는 일에 열심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숲과 산을 찾는다. 딸 미나가 약을 하느라 집을 나가 며칠씩 연락 두절일 때도 여진은 운동을 가고 사람을 만났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여진은 온통 미나에게 몰두하느라 자신을 완전히 상실했었다. ‘공동의존에서 벗어나라.’ 여진이 풀어야 할 숙제였다.
고속도로에 차가 멈춰선 모습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썬(40·가명)은 그날도 필로폰에 취해 있었다. 필로폰 사용자들이 빠지곤 하는 일종의 망상 상태 ‘쭈라’도 와 있었다. 누군가 자기를 잡으러 올 것이라는 피해망상은 쭈라의 전형적 증상이다. 필로폰의 주성분 메스암페타민이 뇌의 도파민 대사를 교란하면서 투약자들은 평소와 다른 정신상태를 경험한다.
서울 강남 모처에서 필로폰을 양껏 한 썬은 문득 주차해 놓은 차가 께름칙했다. 누군가 자신의 차를 경찰에 신고했고, 차를 가지러 가는 순간 잠복한 경찰들이 덮칠 거라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 썬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경찰이 체포하러 올 것 같아. 엄마가 내 차 좀 대신 가지고 가 줘. 주소는….” 대리운전도 믿을 수 없으니 불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엄마는 택시를 타고 달려와 아들의 차를 찾아냈다. 60대 들어 운전석에 앉은 적이 없는 엄마는 거의 10년 만에 시동을 걸고 페달을 밟았다. 아들이 또 약을 했다는 절망과 원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잠복하고 있다는 아들의 말이 사실일까 봐 느껴지는 공포, 너무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았다는 당혹과 두려움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주유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지만 주유소를 찾아갈 경황 같은 건 없었다.
얼마 뒤, 썬의 엄마는 경부고속도로 한복판에 사색이 된 채 서 있었다. 몰고 가던 아들의 차가 길 한중간에 멈춰 버렸다. 뻥 뚫린 새벽시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이 멈춰 있는 쑥색 아반떼를 쏜살같이 지나친다. 차 내달리는 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질 때마다 엄마의 호흡이 가빠진다. 어디든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경찰은 부를 수 없다. 차 안에는 주사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엄마는 썬에게 전화를 건다. “썬아, 어쩌지? 여기 경부고속도로인데, 차가 서 버렸어. 차에 기름이 없네. 엄마 너무 무서워….”
떨고 있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썬은 걱정이 됐지만 경찰에게 잡히는 것도 걱정이었다. “엄마, 일단 너무 위험하니까 차 버리고 갓길에 서 있어.” 경찰에 전화하라는 말은 끝까지 하지 못했다. 제일 바깥쪽 차로에 있던 차와 엄마를 다행히 다른 운전자가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이 왔지만 엄마도 썬도 안심하지 못했다.
2023년에 있었던 일이다. 썬을 만난 지 햇수로 4년 차. 그는 그동안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들려줬다. 그때마다 그는 늘 처음인 것처럼 통곡한다. 마약 때문에 누구보다 소중한 엄마를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자각이 그를 괴로움으로 오열하게 한다. “그 와중에도 경찰이 왔다는 말에만 꽂혀 있었어요. 진짜 못났죠…. 그런 기억들이 너무 많아요. 말로 다할 수 없어요.” 마약이란 게 이런 것이다. 그는 11년째 회복 중인 중독 당사자다.
무지개가 뜬 어느 날 사진을 찍는 썬의 모습. 본인 제공
아들에게서 떠나지 못한 엄마
썬은 딸 같은 아들이었다. 아들만 둘을 둔 엄마에게 곰살가운 썬은 기쁨이고 의지할 구석이었다. 아버지는 무뚝뚝했고 좀처럼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다. 썬의 형은 학업이 우수했지만 술을 많이 마셨고 취하면 가끔씩 폭력적이 됐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주앉아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떨어 주는 썬에게 엄마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썬이 필로폰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는 자신이 아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썬은 미나를 대하는 여진을 보며 엄마를 자주 떠올렸다. 미나가 약을 하고, 여진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마다(①편 참조)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엄마가 생각나서 마음이 아팠다. 중독 당사자를 둔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자신의 어머니도 공동의존 상태(④편 참조)였다고 썬은 전했다. 심야에 무리해서 아들의 차를 운전한 것도 엄마가 아들과의 관계에 의존하고 있던 것과 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엄마는 아들의 방문 앞에 매트리스를 두고 그 위에서 자기 시작했다. 아들이 오밤중 뛰쳐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러거나 말거나, 썬은 창문으로 탈출해 맨발로 배관을 타고 약을 구했다. 이 정도 탈출기는 중독 당사자들 사이에서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어느 날인가는 잠든 줄 알았던 엄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들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썬은 이어폰을 꽂고 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방에 인기척이 없다고 느낀 엄마가 기절초풍하고 문을 연 것이었다. 썬은 “엄마가 사색이 돼서 가쁨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러고는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잠들었어….” 깊은 밤 모두가 잠들었을 시간에 잠깐 선잠을 잔 것이 어떻게 엄마의 잘못일 수 있을까. 썬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또 떨어진다.
엄마는 아들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녔다. 지쳐서 그만두게 되기까지 6개월을 그렇게 했다. 썬이 운동을 가면 함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썬이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면 엄마는 다른 테이블에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었다. 아들 문제가 아니어도 원체 걱정이 많고 잘 불안해하는 엄마였다. 엄마는 극심한 불안을 썬에게 착 달라붙는 것으로 달랬다.
공동의존자 회복 상담에서 가장 강조되는 게 ‘분리’다. 계속 따라다니면서 간섭한다고 상대를 구할 수 없다. 오히려 멀쩡해야 할 자신의 삶마저 흔들린다. 결국 같이 무너지게 된다. 분리는 그래서 중요하다. 엄마는 아들에게 밀착해 있었다. 그러면 아들을 마약에서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안타깝지만 소용은 없었다. 엄마가 남자화장실까지 따라들어올 수는 없었다. 혼자 커피를 마시는 엄마를 밖에 두고 썬은 거래 장소로 정해 둔 화장실에서 필로폰을 샀다.
엄마는 아직도 종종 불안하다. 썬과 기자가 약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어느 날이다. 썬의 휴대폰 너머에서 “너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말이 들려왔다. 전화가 아직 끊겨 있지 않았고, 엄마는 아들이 기자와 있는지 몰랐다. “아, 엄마. 지금 기자님이랑 얘기하고 있어. 많이 놀랐지?” 썬에게 엄마는 깊은 죄의식이다. 엄마를 외롭고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 동시에 엄마는 회복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엄마가 엄마만의 삶을 찾을 수 있게 썬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죽어야 끝난다’고 생각한 날, 다시 시작하다
엄마를 생각하며 날마다 새 각오를 다지게 되기까지 썬이 겪은 세월은 길고 굴곡졌다. 11년 전 그날 썬은 아는 형의 지인에게 이른바 ‘몰래뽕’을 당했다. 하루 재밌게 놀자고 잡은 방에서였다. 이벤트라는 말에 눈을 가리고 있던 썬의 팔에 주삿바늘이 꽂혔다. 그날부터 모든 게 바뀌었다. 썬은 자신을 저주하면서도 그날 느낀 희열을 영원히 찾아 헤매게 됐다. 그러나 필로폰 사용자들이 하나같이 입모으듯 최초의 그 쾌락은 다시는 그들을 만나주지 않는다. 몸이 물불 안 가리고 원하게 될 뿐이다.
“진짜 웃긴 게, 약을 찾아 허덕여요. 그러다 주사기 꽂고 약을 밀어넣으면 적어도 즐기기는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되지가 않아요. 심지어 좋지도 않아요. 바로 욕부터 나와요. 하고 나서 항상 펑펑 울었어요. 그런데 그걸 해야만 하는 몸이 되어 버린 거예요.”
자신의 팔에 주사기를 꽂은 사람을 “살의를 느낄 정도로” 증오했다. 2년쯤 뒤 그가 약물 과다투여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울리는 모습으로 갔다.’ 썬은 생각했다. 10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썬은 그 사람도 가엾다고 생각한다. 그가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썬은 약을 멈추지 못했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투약이 며칠이고 이어졌다. 필로폰이 바짝 각성시킨 몸은 밥도 잠도 원하지 않았다. 탈수가 심해서 혀가 안으로 말릴 지경이었다. 이렇게 며칠을 지내고 나면 체중이 줄고 수분이 빠져서 신발이 헐렁할 정도로 몸이 변해 있었다. 신용카드를 정지해 보고, 산골 오지에 일자리를 구해 보기도 하고, 직장에서 일을 미친 듯이 벌여 보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단약은 늘 9개월을 넘지 못했다. 썬은 ‘죽어야 끝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됐다.
2023년의 어느 날 썬은 가지고 있던 약을 몽땅 털어 한 후 판교역 광장에 앉아 통곡했다. 증오는 이제 자신을 향했다. 몇 시간을 울었을까. 썬은 육교 위를 올랐다. 아래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난간에 다리를 올리던 순간이었을까. 한 노신사가 썬을 확 끌어당겼다. “청년,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러는 거 아니야.” 노신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하고 썬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썬도 울고 할아버지도 울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썬은 부모님께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고했다. 퇴원하고는 회복시설에 입소할 작정이었다. 썬을 처음 본 건 2023년 말 그 회복시설에서였다. 썬은 살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썬은 무사히 살아 있다.
썬은 회복에 종교를 큰 힘으로 삼고 있다. 하루 마무리 때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본인 제공
썬은 인정도 눈물도 많다. 자신의 이야기로도 울지만 같은 처지의 중독 당사자들을 위해서도 곧잘 펑펑 울곤 한다. 그들이 얼마나 절망하고 스스로를 얼마나 혐오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자신도 회복을 위해 갈 길이 멀지만 썬은 도움이 필요한 중독 당사자의 사정을 알게 되면 자기 일처럼 나선다. 병원에서 만난 어떤 동생은 부모님이 안 계셨고 친척도, 형제자매도 없었다. 당장 재판이 코앞인데 뭘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처지였다. 썬은 밥을 사 먹이고 인맥을 탈탈 털어 변호사를 연결해 줬다. 단돈 50만원에 사건을 봐주겠다는 감사한 분이었다. 재판만 잘 받으면 됐는데 이 동생은 그만 또 약에 손을 댔다. 그러니까 마약인 것이다. 발 벗고 나선 일이 한순간에 헛수고가 됐지만 중독이란 게 그런 것이다. 그래도 돕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엄마의 사랑, 지인들의 지지, 붙잡아 준 노신사의 손 같은 것들이 썬의 회복을 돕고 있다. 모든 중독 당사자들이 이런 여건에서 단약하고 회복하지는 않는다. 썬은 확실히 지지체계가 안정적인 편이다.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러니 다른 중독 당사자들을 잘 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썬을 크게 걱정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안부 확인차 연락을 주고받을 때마다 그는 씩씩했고 안정되어 있었다. 썬과 연락하는 일은 기쁨이고 때로는 보람이었다. 해가 바뀌고 늦더위가 기승이던 2024년 9월의 어느 날 밤 기자의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썬 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우는 하나였다. ‘안 돼….’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썬은 받지 않았다. (⑥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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