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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게리맨더링’보다 더 노골적인 공화당의 꼼수 ‘투표 사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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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사전투표하는 유권자 미국의 한 유권자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선거·유권자 서비스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11·3 중간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미네소타를 포함해 버지니아·아이다호·사우스다코타 등 일부 주에서 이날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A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사전투표하는 유권자 미국의 한 유권자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선거·유권자 서비스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11·3 중간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미네소타를 포함해 버지니아·아이다호·사우스다코타 등 일부 주에서 이날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태런트카운티, 중간선거 투표소 3분의 1 축소
전국 보수정치의 풍향계 태런트카운티…민주당·공화당 ‘엎치락뒤치락’
빈곤율·유색인종 비중 높은 지역 투표소 집중적 없애 “투표율 감축 전략”
트럼프의 투표권 축소 시도 지속, 연방정부 중간선거 개입 우려도 확산

미국 텍사스주 태런트카운티는 오는 11월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중간선거 투표소의 3분의 1을 없애기로 했다. 3 대 2로 공화당이 다수인 카운티위원회(행정·입법기관)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316개였던 투표소를 224개로 줄이는 안을 지난 1일 통과시킨 것이다.

투표소는 유색인종 거주 비율과 빈곤율이 높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사라졌다. 투표소가 한 곳도 없는 ‘투표 사막’ 지역까지 생겼다. 자동차가 없는 주민이나 생계 때문에 시간을 내기 빠듯한 저소득층의 투표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투표권 옹호 운동을 벌이는 현지 활동가들은 지난 8일 기자와 인터뷰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 지형을 만들기 위해 선거구 재획정(게리맨더링)을 밀어붙였던 공화당이 ‘투표소 감축’이란 새로운 전략을 시험해보고 있다고 의심했다.

■ 빈곤율·유색인종 비중 높은 지역 집중

태런트카운티는 2020년 대선 때 1826표 차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준 곳이다. 2024년 대선에서 다시 4만2000표 차이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승기를 쥐여주기는 했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득표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 특히 태런트카운티에서 지난 3월 치러진 민주당 예비선거 참여자가 18만8400여명으로 공화당의 14만5000여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민주당 경선 참여 열기가 공화당보다 높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민주당 지지자의 본선거 참여율이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게리맨더링’보다 더 노골적인 공화당의 꼼수 ‘투표 사막화’

시민단체 저스티스네트워크의 공동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캐서린 고드비는 “비용 절감은 거짓 핑계”라며 “위기의식을 느끼는 공화당이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결정을 주도한 공화당 소속의 팀 오헤어 태런트카운티위원회 의장은 투표소 감축으로 “길 건너편에 투표소를 낭비적으로 배치하지 않게 됐다. 투표소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분산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투표소는 빈곤율이 높은 우편번호 지역에서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축 폭이 큰 지역 가운데는 유색인종 비중이 높은 곳도 포함돼 있다.

태런트카운티 선거관리당국이 공개한 2022년·2026년 투표소 명단과 미국 인구조사국의 지역사회조사(ACS) 빈곤율 자료를 대조해 분석한 결과, 빈곤율 상위 25% 지역의 투표소는 89곳에서 51곳으로 42.7% 줄었다. 반면 빈곤율 하위 25% 지역에서는 70곳에서 67곳으로 줄어 감소율이 4.3%에 그쳤다.

태런트카운티에서 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편번호 A구역(30.1%)과 가장 낮은 B구역(1.5%)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선거 당일 투표소가 7곳에서 3곳으로 줄어 절반 이상 감축된 A구역은 유색인종 비율이 78.4%이고, 자동차 없는 가구 비율이 9.3%다. 반면 자동차 없는 가구가 1.9%에 불과한 B구역에서는 투표소가 3곳에서 4곳으로 늘었다.

특히 우편번호 C구역은 2022년 선거 때 3곳이었던 투표소가 모두 사라지면서 선거 당일 투표소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빈곤율이 16.2%인 C구역은 자동차 없는 가구도 6.4%에 달한다. 비시민권자 등 투표권이 없는 주민이 포함돼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차량이 없어 투표소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유권자가 상당 규모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C구역 내 오클랜드 대로의 한 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2022년 11월 중간선거 때는 투표소까지 걸어서 2분이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11월 중간선거에는 이웃 우편번호 구역에 있는 투표소까지 도보로 약 50분을 이동해야 한다.

텍사스대 알링턴 캠퍼스 내에 있던 투표소도 없어졌다. 미국은 투표일이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학내 투표소가 없어지면 학생들은 공강 시간을 이용해 캠퍼스 밖 투표소까지 가야 한다. 지난 10일 이 대학 기숙사 앞에서 만난 리스벳은 “나는 기숙사에 살아서 자동차가 없다. 투표가 매우 번거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건축학 석사과정생인 알렉산드리아도 “늘 청년들이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대학 내에 원래 있던 투표소를 일부러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 “공화당 투표권 제약, 선례 확산 우려”

투표소 감축 반대 운동을 펼쳐온 저스티스네트워크의 고드비 의장은 지난 8일 화상 인터뷰에서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거주 지역의 투표소가 집중적으로 폐지된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가장 가까운 다른 투표소에 가려면 고속도로를 건너야 하는 곳도 있다. 차가 없으면 투표소 접근이 불가능해진 경우까지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인종·교육·경찰개혁 등 시민권 이슈에 목소리를 내온 흑인 목회자 마이클 벨 박사도 이날 인터뷰에서 “저소득층 유색인종에겐 투표소 감축이 시간과 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사는 지역은 경제활동 기반이 부족해 다들 동네 밖으로 일을 하러 나간다”며 “이전에는 퇴근길에 들러 투표하면 됐고, 동네 학교가 투표소였으면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투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를 학교에서 집으로 데리고 온 후 다시 투표소를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러면 방과 후 돌봄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벨 박사는 “태런트카운티는 텍사스와 공화당의 선행 지표 같은 존재”라면서 “투표소 감축이 투표율에 영향력을 발휘할 경우 공화당이 선거 지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리맨더링도 태런트카운티에서 가장 먼저 논의가 시작된 후 텍사스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이라고 고드비 의장은 말했다.

실제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플루언서인 스티브 배넌은 태런트카운티를 텍사스와 전국 보수정치의 향방을 좌우할 전략적 요충지로 규정해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태런트가 가는 대로 텍사스가 가고, 텍사스가 가는 대로 국가가 움직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드비 의장은 투표소 감축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통과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 등 투표권을 제약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조치에 우려를 표했다. 이 법안은 유권자로 등록하려면 미국 시민권자임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데, 운전면허증만으로는 시민권자임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서류를 발급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저소득층과 농촌 거주자 등에게 쉽지 않은 절차다. 벨 박사는 “결혼한 여성들은 성이 바뀌어서 현재 법적 이름과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이름이 불일치하는 문제도 있다”면서 “시민권 관련 서류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계속된 선거 시스템 공격과 투표권 축소 시도는 연방 정부가 이번 중간선거에 개입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상당수 주 정부와 선거관리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례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관리 사무실에 방탄유리와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고,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투표 현장에 나타나는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진행하는 곳까지 생겼다.

벨 목사는 “트럼프의 최종 목표는 선거 시스템 자체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믿지 않으면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게 된다. ‘내가 투표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드비 의장은 “일흔 살이 될 때까지 민주주의는 그저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정말 민주주의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든다”며 “그러나 민중은 권력자보다 힘이 강하다. 모두가 힘을 모으면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저스티스네트워크 등 태런트카운티 내 시민단체들은 지방 정부의 투표소 감축에 맞서 유권자들에게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선거 당일 투표소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교통수단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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