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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8, 2026

발달장애 가족이 꾸민 ‘이웃과 함께하는 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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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이웃 통합예술제’에서 합창을 마친 ‘소리마을’ 단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느린이웃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느린이웃 통합예술제’에서 합창을 마친 ‘소리마을’ 단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느린이웃사회적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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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이 들어주셔서 기뻤어요. 박수도 쳐주셔서요.”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한양문고 데미안홀에서 열린 ‘느린이웃 통합예술제’. 지도중 2년 이윤채군은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부모들과 합창 무대에도 섰다. 관객 앞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한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군은 “조금 떨렸지만 재미있었어요. 연주도 잘했어요”라고 했다.

예술제를 연 ‘느린이웃사회적협동조합’은 고양·파주·김포의 발달장애인 가족 56가구가 함께하는 모임이다. 병원과 치료센터, 학교에서 얼굴을 익힌 엄마들이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2024년 4월 자조모임을 꾸렸다. 자녀들이 함께 노래하고 운동하는 모임이 생겼고, 산행과 김장에는 아빠와 비장애 형제자매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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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 어머니 윤정지(51)씨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놀이터에서도 혼자 있을 때가 굉장히 많다”며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이 참 컸다”고 했다. 가족들은 연습한 노래와 연주, 직접 그린 그림을 동네 사람들과 즐기려고 예술제를 마련했다. 이날 공연과 전시에는 가족과 주민 100여명이 찾았다.

합창단 ‘소리마을’도 가족들이 가진 재주를 보태 만들었다. 회원 부모들이 지휘와 반주를 맡겠다고 나서면서 지난해 11월 노래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였다. 매주 수요일 저녁 8시에 만났지만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한 시간 연습이 길었다. 엄마들이 옆에서 함께 부르기 시작했고, 정식 단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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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년 다인양도 소리마을에서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을 알아갔다. 누군가 자기 노래를 따라 부르면 힘들어하던 아이였다. 악보도 누군가 펴주는 데 익숙했지만 이제는 옆 단원들을 보고 제 악보를 펼친다. 집에서도 합창곡을 곧잘 부른다. 이번 무대에서 다인양은 노래하는 언니·오빠들 곁에 서 있었다. 어머니 윤단비씨는 공연 뒤 “무엇보다 다인이도 합창하는 날을 참 좋아하고 함께 노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감동”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김지율양(왼쪽)과 아버지 김도언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양문고 데미안홀에서 열린 ‘느린이웃 통합예술제’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 느린이웃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김지율양(왼쪽)과 아버지 김도언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양문고 데미안홀에서 열린 ‘느린이웃 통합예술제’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 느린이웃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이 행사에는 아빠들도 참여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전시에 참여한 중3 김지율양은 아버지 김도언씨와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합창에는 다른 아빠들도 함께 섰다. 객석에서 눈물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조아라 느린이웃 대표는 “서로 봐주고 이해하며 준비한 과정들이 행사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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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이웃 가족들은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이런 만남이 이어지길 바란다. 학교를 통해 만나던 부모들이 졸업 뒤에는 서로 소식을 나눌 기회가 줄어든다는 고민에서다. 지난달에는 지역 주민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조 대표는 “우리끼리만 하고 싶지는 않다. 고양·파주의 다른 발달장애인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느슨하게라도 연대하면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자랐을 때 ‘누구누구 잘 있는지 봐줘’ 하고 서로 부탁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 돌볼 수 있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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