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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9, 2026

[박민지 디자이너의 옷 잘 입는 공식]이 계절, 이만큼…살짝 드러낸 발목에 찾아오는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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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디자이너의 옷 잘 입는 공식]이 계절, 이만큼…살짝 드러낸 발목에 찾아오는 자유로움

바지 밑단은 신발 상단의 살짝 위까지
덧신은 과감히 포기하면 한결 ‘여유’
양말 신는다면 종아리 덮는 길이로

흔히 옷 잘 입는 신사를 떠올리면 어떤 모습일까? 어깨에 자연스럽게 내려앉은 재킷, 적당히 여유 있는 바지, 그리고 발끝에 로퍼다. 특히 밝은 브라운 컬러의 스웨이드 로퍼와 그 위로 가볍게 드러나는 발목 말이다.

그런데 왜 로퍼일까? 로퍼는 그 틈을 만드는 신발이다. 끈을 단단히 묶는 구두와 달리 발을 쓱 밀어 넣는 형태부터 가볍고 자유롭다. 이 모습은 파리나 피렌체의 중심에서 볼 법한 멋쟁이 신사의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멋쟁이 신사는 백구두를 신는다’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처럼, 유럽의 멋쟁이는 스웨이드 로퍼를 신는다고 할 수 있다. 약간 비약처럼 들릴 수는 있겠지만, 백구두처럼 밝은 스웨이드의 로퍼를 신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두운 컬러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어디에나 신기 좋으며 관리도 쉽다. 하지만 밝은색 스웨이드 로퍼는 딱 그 반대다. 게다가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너무 추워 발목이 드러나는 신발을 즐기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에 스웨이드 로퍼가 딱인 것이다. 스웨이드의 부드러운 소재가 가을을 시작하는 느낌을 물씬 준다. 게다가 선선한 가을 날씨에는 양말 없이 로퍼를 신어도 땀이 덜 난다.

물론 로퍼의 재질은 스웨이드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맨발을 고집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선선한 가을은 신발을 드러내기 가장 좋은 계절이니 자신감 있게 드러내 보자는 것이다. 로퍼는 다양한 가죽 소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디자인도 심플한 스타일부터 발등에 태슬이 달린 것, 말 재갈에서 착안한 호스빗 장식이 있는 것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토즈’ ‘구찌’가 있지만, 다양한 브랜드에서 원하는 소재와 컬러를 찾아보면 된다.

로퍼를 신을 때는 몇 가지만 지키면 좋다. 바로 바지 길이와 발목의 여백, 양말의 재질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첫째는 바지 길이다. 로퍼를 신었는데 바지 밑단이 신발 위에 겹겹이 쌓여 있다면 답답하고 무거워 보인다. 운동화를 신었을 때 잘 맞던 바지도 밑창이 낮은 로퍼와 함께 신으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단, 조심해야 할 점은 발목을 보여주기 위해 바지를 지나치게 짧게 만들지는 말자는 것이다. 걸음을 옮길 때,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꼬았을 때 드러나는 발목만으로 충분하다. 신발 윗부분에 살짝 닿거나 그보다 조금 위에서 끝나는 길이여야 한다. 길이를 수선할 때 함께 신을 로퍼에 맞춰 줄이면 좋다.

둘째는 발목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로퍼를 맨발로 신으면 바지와 신발 사이에 작은 여백이 생긴다. 이 슬쩍 드러낸 맨살의 여백은 자유로움으로 보인다. 재킷과 바지를 갖춰 입어도 발목에서 긴장이 살짝 풀리고, 여유 있는 셔츠 차림에는 편안함이 더해진다. 자유로운 인상을 남기고 싶으면 선선한 가을 맨발로 신어 보자. 단, 예전에는 구두용 덧신을 숨겨 신기도 했지만, 이제는 과감하게 덧신을 내려놓자. 발목을 드러내려 신은 덧신이 삐져나오면 로퍼의 깔끔한 선이 흐트러져 보여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진다.

셋째는 맨발이 부담스럽다면 양말이다. 멋쟁이로 소문났던 시인 백석은 남들이 20~30전짜리 양말을 신을 때 1원이 넘는 양말을 고집했다고 한다. 옷차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때론 옷보다 작은 양말 한 켤레이다. 양말이 짧으면 앉았을 때 양말과 바지 사이로 맨살이 드러날 수 있다. 신발, 짧은 양말, 맨살, 바지가 차례로 나뉘며 시선이 여러 번 끊긴다. 그래서 양말의 길이는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것이 좋다. 걸음을 옮길 때나 의자에 앉을 때 보이는 발목은 작은 부분이지만 섬세한 차이가 바로 멋쟁이의 한 끗이 되는 것이다.

그럼 양말은 어떤 것이 좋을까? 로퍼에는 두툼하고 거친 조직보다는 가는 실로 짠 섬세한 조직이 어울린다. 평직일지, 골지일지, 자카드일지는 그다음 문제다. 같은 골지의 양말도 실의 굵기와 두께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양말의 소재는 울 100%보다 실크가 섞인 매끄러운 면양말이나 울 혼방을 추천한다. 대나무 섬유 소재도 부드럽고 은은한 윤기가 있어 좋다. ‘울포드(Woolford)’ ‘팔케(Falke)’의 양말은 최고급 소재와 섬세한 짜임으로 유명하다. 발목이 드러나는 로퍼를 신을 때 참고할 만한 브랜드다.

옷을 잘 입는다는 사람들의 발끝을 관찰하면 조화로움과 약간의 악센트가 발끝에 있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자칫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매력과 센스를 느끼는 곳은 발끝인 것이다.

무엇을 입을까보다 무엇을 신을지를 고민할 때 진정한 멋쟁이가 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섬세한 양말과 컬러감 있는 로퍼에 도전해 보자.

▶박민지

[박민지 디자이너의 옷 잘 입는 공식]이 계절, 이만큼…살짝 드러낸 발목에 찾아오는 자유로움

파리에서 공부하고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20여년간 일했다. 패션 작가와 유튜버 ‘르쁠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세 번째 저서 <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 50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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