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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1, 2026

1년에 계란 6억개…CJ 찾아간 75개국 동물단체 연합 “케이지 사육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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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양계장의 닭. 이 닭들은 철망으로 둘러싸인 ‘배터리 케이지’ 내에 A4 용지 크기도 안 되는 공간에서 평생을 산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경기도 한 양계장의 닭. 이 닭들은 철망으로 둘러싸인 ‘배터리 케이지’ 내에 A4 용지 크기도 안 되는 공간에서 평생을 산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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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케이지가 아니라 케이지 없는 삶입니다.“

씨제이(CJ)그룹이 전세계 사업장에서 쓰는 달걀을 모두 ‘케이지 프리’(Cage-free, 닭을 사육망에 가두지 않는 방식)로 바꾸라는 국제 동물단체 연합의 요구가 나왔다. 한 해 약 6억개의 달걀을 쓰는 대형 식품기업인 만큼, 국내 산란계 사육면적 기준이 바뀌는 시점에 ‘더 넓은 케이지’가 아닌 ‘케이지 없는 사육’으로 업계가 옮겨가도록 영향력을 발휘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30일 국제 동물보호단체 연합 ‘오픈 윙 얼라이언스’(Open Wing Alliance·OWA)는 서울 중구 씨제이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계 사업장에서 쓰는 달걀을 100% 케이지 프리로 바꿀 목표와 시한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회견 뒤에는 케이지 프리 전환과 직접 대화를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씨제이 쪽에 전달했다. 오픈 윙 얼라이언스는 75개 나라 100여개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하는 국제 연합체로, 전세계에서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철망 우리를 층층이 쌓아 닭을 가두는 밀집 사육 시설)를 퇴출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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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케이지 안에 있는 닭들이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밀집사육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배터리 케이지 안에 있는 닭들이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밀집사육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은 “씨제이그룹은 ‘비비고’와 ‘뚜레쥬르’ 등 국내외에 잘 알려진 식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약 6억개의 달걀을 사용한다”며 “이를 낳는 산란계만 약 200만마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씨제이가 국제 캠페인의 대상이 된 것은 단순히 달걀 사용량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씨제이는 비비고 등을 통해 케이푸드(K-food)의 세계화를 이끌어 온 한국의 대표적 식품기업”이라고 짚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식품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제품이 어떤 공급망과 기준으로 생산되는지에 대한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일반란뿐 아니라 액란(껍데기를 깨 액상으로 만든 달걀)과 식품 제조 과정에서 원료로 쓰이는 달걀까지 모두 케이지 프리로 바꾸라는 것이다.

국내 산란계 농가 상당수는 여전히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 0.05㎡ 기준에 맞춰 지어진 케이지에서 닭을 기른다. 이는 A4 용지 한 장(약 0.062㎡)에도 못 미치는 넓이다. 농가에서는 가로 35~40㎝, 세로 45㎝, 높이 40㎝ 안팎의 케이지 한 칸에 닭 3~4마리를 넣어 기른다. 이런 환경에서 닭은 걷거나 날개를 펴지 못하고, 바닥을 쪼며 먹이를 찾거나 모래로 몸을 씻는 등의 본능적인 행동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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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품안전청(EFSA)도 움직임의 제한과 탐색·먹이찾기 행동을 할 수 없는 점을 케이지 사육의 주요 동물복지 문제로 꼽았다. 이 때문에 해외 여러 나라는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위스는 1992년 세계 최초로 산란계 케이지를 모두 금지했고, 유럽연합(EU)도 2012년부터 재래식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했다. 현재 유럽연합에선 마리당 0.075㎡ 이상에 횃대와 산란장 등을 갖춘 ‘개량형 케이지’만 허용되는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마저 단계적으로 없애는 법안을 올해 4분기에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 밖에도 부탄(2012년)과 노르웨이(2012년), 뉴질랜드(2023년)도 재래식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했다.

지난 30일 국제 동물보호단체 연합 ‘오픈 윙 얼라이언스’가 서울 중구 씨제이그룹 본사 앞에서 ‘케이지 프리’ 달걀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단체 제공
지난 30일 국제 동물보호단체 연합 ‘오픈 윙 얼라이언스’가 서울 중구 씨제이그룹 본사 앞에서 ‘케이지 프리’ 달걀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단체 제공

단체들은 씨제이그룹의 케이지 프리 전환 결정이 아시아 식품업계뿐 아니라 국내 사육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내년 9월부터 산란계 한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 기준이 기존 0.05㎡에서 0.075㎡로 넓어지는데, 이를 계기로 농가가 케이지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평사·방사 등 케이지 없는 사육으로 넘어가도록 대형 구매기업이 시장에 신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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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설 투자가 앞으로 수십 년의 사육 방식을 좌우한다는 점도 단체들이 ‘시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산란계 사육시설은 한두 해 쓰고 바꾸는 설비가 아니다. 오픈 윙 얼라이언스는 호주 국세청이 산란계용 케이지와 축사 구조물의 유효수명을 각각 20년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들며 “지금 새 케이지 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그 선택이 향후 수십 년간 케이지 사육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선 새 면적 기준 적용을 앞두고 사육시설 개선·교체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2026년 약 1250억원 규모의 시설개선 융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케이지를 쌓을 수 있는 단수 제한도 9단에서 12단으로 완화했다.

반면 세계 식품업계는 이미 케이지 프리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오픈 윙 얼라이언스는 2016년 출범 이후 전세계 기업으로부터 3천건 넘는 케이지 프리 약속을 받아냈다. 스타벅스와 배스킨라빈스, 필리핀 외식기업 졸리비 등도 동참했고, 한 해 달걀 40억개를 쓰는 일본 마요네즈 기업 큐피는 2024년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케이지 프리 정책을 내놨다. 단체는 씨제이와 같은 대형 구매기업이 전환 계획을 밝힌다면 생산 현장에 “전혀 다른 시장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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