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높여야” “빨리 달려야”…AI 선구자들 ‘정면충돌’
‘AI 공룡’들의 여론전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림포스 2026’ 서밋에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위 사진 왼쪽)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대화하고 있다(위 사진 오른쪽). 같은 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연설하고 있다 (아래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세일즈포스 행사서 개발 속도 놓고 아모데이·젠슨 황 정반대 주장
IPO 앞둔 앤트로픽, 추가 경쟁보단 기존 모델로 매출 늘리기 속내
엔비디아는 인프라 사업자들 신규 연산 수요에 의존…속도전 강조
인공지능(AI) 업계 공룡 기업인 앤트로픽과 엔비디아가 ‘AI 속도조절론’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화두는 AI 안전이지만, 이면에는 폐쇄형과 개방형 생태계 선두기업 간 ‘파워게임’과 두 회사의 상반된 수익구조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세일즈포스 연례행사 ‘드림포스’ 현장에서 “업계 전체가 함께 모여 모두에게 적용될 기준을 어떻게 만들지, 안전 기준을 어떻게 높일지 논의해야 한다”며 ‘AI 안전론’에 동참을 호소했다. 또 “현재 기술만으로도 잠재 가치의 5~10%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모델의 활용에 더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같은 행사에 곧바로 이어진 인터뷰에서 아모데이의 주장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황 CEO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면 출시하지 않으면 될 일이고, 여기에는 새로운 법이나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가능한 빨리 달리라”며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안전 논쟁의 이면에는 AI 모델 유통방식을 둘러싼 생태계 주도권 다툼이 깔려 있다. 앤트로픽은 모델의 세부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모델 사업자다.
반면 엔비디아는 오픈소스 생태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7월 오픈모델 규제 반대 서한에 서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AI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129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오픈소스 진영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임경태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오픈소스 진영도 충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면 폐쇄형 선두 모델과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고, 엔비디아도 그 가능성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현재 고객사인 앤트로픽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오픈모델을 키우고 있지만, 어느 순간 서로 영역이 겹치면서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I 개발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보느냐, ‘매출’로 보느냐의 차이도 입장을 가른 배경이다. 앤트로픽은 향후 본격화할 기업공개(IPO) 국면에서 성능은 물론 매출과 영업이익 등으로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 추가 성능 경쟁보다 기존 모델 활용도를 높이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반면 엔비디아는 AI 모델 개발 경쟁이 GPU 제품 수요로 직결되는 구조다. 최근 분기 매출 962억달러 중 데이터센터 부문이 890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모델 학습용 인프라 매출 비중이 높은 엔비디아로서는 속도 조절로 신규 모델 훈련 주기가 길어지면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오픈AI뿐 아니라 코어위브 등 주요 AI 인프라 사업자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며 보폭을 넓혀온 만큼 막대한 연산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하는 처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앤트로픽은 인프라 비용이 줄면 매출 구조상 이익이 개선되지만,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이뤄져야 유리한 구조라 상황이 반대”라며 “순수하게 안전만을 고려한 주장이라기보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계산이 반영된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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