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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7, 2026

부산시가 만든 ‘돼지국밥 미슐랭 가이드’···‘수변최고’ ‘영진’ ‘합천’ 탑 3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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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2에서 열린 부산시의 돼지국밥대전 팝업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김준용 기자

16일 오후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2에서 열린 부산시의 돼지국밥대전 팝업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김준용 기자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2에는 16일 구수한 냄새가 진동했다. 오후 4시부터 부산 유명 돼지국밥 식당들이 팝업스토어를 연 것으로, 팝업스토어 4곳 앞에는 모두 긴 줄이 늘어섰다.

돼지국밥을 학생 때부터 자주 먹었다는 이광국씨(50대)는 “동래구·금정구 국밥집을 주로 가는데 다른 지역의 국밥맛집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류모씨(40대)는 “고향이 사하구라서 영진돼지국밥을 응원했다”며 “고기가 부드럽고 가격도 저렴해서 정말 좋아하는 식당”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날 ‘부산돼지국밥대전’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돼지국밥대전은 지난 8월부터 진행한 행사다. 부산시민 등이 추천한 국밥 가게 20곳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부산시는 득표 수에 따라 탑3·탑10·탑20 국밥집을 선정했다. 투표에는 3만8194명이 참여했다.

가장 높은 등급인 탑 3에는 ‘수변최고돼지국밥’ 민락본점, ‘영진돼지국밥’ 본점, ‘합천국밥집’(이하 가나다 순)이 선정됐다. 탑 10에는 ‘1953형제돼지국밥’ 본점, ‘70년전통할매국밥’, ‘수영돼지국밥’, ‘신창국밥’ 본점, ‘쌍둥이돼지국밥’ 본점, ‘자매국밥’, ‘화남정돼지국밥‘ 초읍본점 등이 포함됐다.

탑 20에는 ‘두번째늘해랑’, ‘목촌돼지국밥’ 연산시청점, ‘서진섭돼지국밥’, ‘소문난돼지국밥’ 부평점, ‘식복 돼지국밥’, ‘오남매돼지국밥’ 정관점, ‘우리돼지국밥’, ‘이바구국밥’, ‘청화백돼지국밥’, ‘해운대할매집’이 들어갔다. 부산시는 각 식당의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돼지국밥, 일본 우동·라멘처럼 키울 것”

부산돼지국밥대전은 ‘돼슐랭 가이드’(돼지국밥 미슐랭가이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지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돼지국밥 자체가 부산의 소울푸드인 탓이다. 민간 차원에서 돼지국밥 맛집을 찾으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부산시가 직접 공개적으로 나서 맛집을 ‘인증’해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사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돼지국밥이 주요 관광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시작했다. ‘밀면’ ‘돼지국밥’ ‘곰장어’ 등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은 많지만, 사계절 어느 때나 먹을 수 있고 부산 어느 곳에서도 식당을 찾을 수 있는 데다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 음식이 돼지국밥이라는 것이다.

부산시는 돼지국밥을 일본의 우동이나 라멘 정도로 키우겠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기획·진행했다. 신지영 부산시 관광콘텐츠과 담당은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워 3가지 맛을 볼 수 있는 ‘플래터’ 상품은 500개가 조기 매진됐다”며 “내부에서 ‘돼주사’(돼지국밥주사)라고 놀려도 지역 음식을 키우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돼지국밥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6·25 전쟁 때 피란민들이 돼지부속물을 넣어 값싸게 끼니를 때우던 음식에서 비롯했다는 게 유력하다. 돼지국밥 뚝배기에는 ‘피란수도’라는 부산의 긍지와 아픔이 함께 어려있다는 것이다.

최원준 시인 겸 음식칼럼니스트는 “전국에서 모인 피란민들의 문화가 뒤섞여 만들어진 음식이 돼지국밥”이라며 “이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나 본 듯 하지만,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26 부산돼지국밥대전 포스터. 부산시 제공

2026 부산돼지국밥대전 포스터. 부산시 제공

노포 이미지 벗고 ‘진화’하는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진화하고 있다. 부산이라는 지역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곳은 물론 노포 이미지를 떨치고 젊은 세대의 입맛 공략에 나서는 곳도 있다.

이번 ‘돼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20곳만 봐도 과거 시장통 음식 이미지를 벗었다.

1953형제돼지국밥은 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매장을 냈다. 서진섭돼지국밥은 3년(2023~2025년) 연속 블루리본에 선정된 곳이다. 신창국밥 본점은 삼성 이재용 회장과 LG 구광모 회장 등이 다녀간 곳으로 유명하다. 식복돼지국밥 본점은 병원에 납품되는 수육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의사가 만든 브랜드다.

자매국밥 본점은 BTS(방탄소년단) 멤버도 줄 서서 먹고 간 곳으로 알려졌다. 합천돼지국밥 용호점은 3년 연속 미슐랭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최 시인은 “2대, 3대가 운영하는 식당이 생겨나면서 돼지국밥에 다양한 변주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식 차슈가 나오는 돼지국밥집도 있다”며 “레스토랑형 돼지국밥집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세대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돼슐랭 가이드’ 발표 이후에도 행사는 계속된다. 부산국제금융센터2 3층 나우어라이빙에서는 오는 18일까지 시민 추천 국밥집 20곳 중 11곳의 돼지국밥을 체험할 수 있다. 3일간 하루 4팀이 참여한다. 3 가지 맛을 볼 수 있는 ‘플래터’는 사전 예약이 끝났지만, 현장에서 1가지맛 ‘하프 국밥’은 맛볼 수 있다.

17일과 18일에는 박상현 맛칼럼니스트가 출연하는 국밥살롱 행사가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부산 돼지국밥 지도 완벽 분석’ ‘한 그릇에 담긴 부산의 역사’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각종 돼지국밥 굿즈도 함께 판매된다.

나윤빈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맛은 주관적 관점이 들어가는 분야라서 가게의 구체적 순위를 정하지는 않았다”며 “사실 가장 맛있는 국밥집은 ‘집 근처 국밥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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