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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24, 2026

희귀질환 치료제 ‘100일 신속등재’ 시동…환자가 체감하는 제도 될 수 있을까?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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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의 추진 방향을 두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추진 방향’을, 심사평가원은 ‘신속등재 시범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5월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의 추진 방향을 두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추진 방향’을, 심사평가원은 ‘신속등재 시범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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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치료제의 국민건강보험 급여 목록 등재 심사 기간을 최대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정부의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이 지난 8월 말 제약사 신청을 마감하며 본격적인 첫발을 뗐다. 치료 효과가 입증된 신약을 허가받고도 건강보험 적용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치료 기회를 앞당길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그간 정부는 허가·평가 연계제도, 위험분담제(RSA) 확대 등 다양한 접근성 개선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럼에도 의료 현장에서는 실제로 환자가 체감하는 속도 변화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정부 역시 기존 연계제도의 체감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번에는 평가와 계약 방식 자체를 손보는 제도 혁신에 나선 것이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은 기존의 비용효과성 평가와 약가 협상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신, 치료 대안이 없던 환자들의 빠르고 안전한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치료제를 국민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우선 등재한다. 등재 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되는 임상 성과를 바탕으로 급여 적정성을 다시 평가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현행 약 240일에서 최대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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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속등재 시범사업에는 총 13개 제약사에서 14개 약제를 신청했다. 입센코리아의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치료제 아이커보(엘라피브라노)를 비롯해 한국엠에스디(MSD)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성분명 소타터셉트), 한국비엠에스(BMS)제약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제 레블로질(루스파터셉트), 씨에스엘(CSL)코리아의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 에스케어(SK)케미칼이 국내 공급하는 듀센근이영양증 치료제 빌주비(아타랄루렌) 등이 신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레오파마코리아, 한국노바티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중 대상 약제의 대체 치료제 유무, 질환의 중증도, 건강보험 재정 영향, 사후 평가 계획, 환자의 안정적 치료 보장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 신청한 14개 품목 중 최대 5개 품목을 선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선정 이후엔 약제비 총액 관리와 사후 약가 조정 장치를 통해 재정적 불확실성을 관리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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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환자단체들은 이번 신속등재 시범사업이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번 심사가 최대 5개 품목을 선정하는 데 그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향후 제도 확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선정 품목이 적은 만큼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치료 대안이 부족하거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못할 경우 질환이 진행되어(진행성) 심각한 건강 부담으로 이어지는 희귀질환 환자군도 이번 시범사업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5개 품목 선정은 의미 있는 시작이지만, 현장에서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기에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또한, 희귀질환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장 희귀한 환자(초희귀질환)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적시에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질환의 중증도와 치료 필요성, 조기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 개선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희귀질환 정책이 질환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권용진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공공진료센터) 역시 “희귀질환 약제 평가가 직접 의료비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사회경제적 부담, 치료 지연으로 발생하는 건강 손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신속등재의 본질은 경제성평가를 하지 않는 약을 빨리 들여오자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지연될 때 발생하는 환자의 건강 손실을 줄이기 위해 치료 기회를 먼저 제공하고, 이후 실제 데이터를 통해 임상적 가치와 비용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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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약바이오업계도 이번 시범사업을 단순한 등재 기간 단축 이상의 변화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선등재 후평가' 모델을 시도하는 한국의 접근법에 국내 산업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 본사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동안 매우 경직된 제약 시장으로 여겨져 왔던 한국이 실사용 데이터 수집, 사후 평가, 재정 관리까지 하나의 제도 안에서 연계하려는 시도는 국제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로 평가된다. 국외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속등재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한국은 단순한 후발 출시국이 아니라 혁신적 희귀질환 정책을 시험하는 국가로 주목받을 것”이라면서 “업계에선 신속등재 제도가 잘 정착할 경우 한국이 일본에 이어 아시아 초기 도입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아시아 최초 또는 가장 빠른 도입 국가 중 하나로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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