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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24, 2026

판결 이유 알 수 없는 ‘심리불속행’, 기본권 침해?…‘재판소원 1호’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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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녹십자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관련 재판소원 사건 변론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녹십자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관련 재판소원 사건 변론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재판소원 사건 공개 변론을 23일 개최했다. ‘대법원이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는 행위’가 기본권 침해인지, 대법원이 판결 이유를 적지 않았다고 해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헌재는 이날 주식회사 녹십자가 대법원의 ‘백신 입찰담합’ 과징금 처분을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재판소원 사건의 변론을 진행했다. 심리불속행은 본안 심리 없이 소송을 끝내는 결정으로, 판결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는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헌재의 사전심사 문턱을 넘은 ‘1호 사건’이다.

녹십자는 2023년 7월 백신 입찰 담합으로 기소됐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도 받았다. 이후 형사 재판에서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이후 행정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되며 결론이 엇갈렸다. 녹십자 측은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 판단이 나왔는데도 대법원이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려 재판 청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은 ‘원심판결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해석을 한 경우’에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할 수 없다고 정한다.

녹십자의 대리인은 이날 “대법원 판결의 문제는 동일한 사안에 대한 상반된 판단을 내린 이유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당사자로서는 모순된 판결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없고, 대리인 변호사도 의뢰인에게 어떤 이유로 종전 판단과 정반대 결론이 나왔는지 설명할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어야 타당하고, 당사자가 결론을 수긍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변론 기회가 부여됐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를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관계자는 “심리불속행 제도는 아무런 심사를 하지 않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판결문에 이유를 적지 않은 것과 당사자의 주장이 법원의 판단에 고려되지 않은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녹십자는 형사 무죄 판결문을 상고심에 제출했고, 상고이유서에서도 두 판결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이로써 진술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은 것”이라며 “결국 녹십자가 다투는 것은 기회를 박탈당했거나 주장이 누락됐다는 점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대로 법적 의미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불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들은 심리불속행 제도의 한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정정미 재판관은 청구인 측에 “(이번 사건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법원으로부터 판결 이유를 제시받을 헌법적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어떤 경우에 그럴 권리가 있고 언제는 없는지 기준이 모호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녹십자 대리인은 “일반론적인 기준을 답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상황의 특수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복형 재판관도 “대법원이 어떤 부분을 더 명시적으로 판시했어야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게 문제인지, 심리불속행 판결 자체가 문제인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에 녹십자의 대리인은 “심리불속행은 말 그대로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이 사건은 추가 심리에 나아갔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심리를 더 했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유 제시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불속행 제도 자체에 헌법적 한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영준 재판관은 “헌재가 심리불속행을 합헌으로 판단한 것은 사법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법령 해석을 통일하는 본연의 의무에 집중하라는 취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 해석의 권한은 전적으로 대법원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심리불속행 자체에 과연 헌법적 한계가 없느냐”며 “대법원이 최고 법원으로서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헌재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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